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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Food People

[햇반의 30년을 따라가다] 한 끼의 기본을 바꾸는 기술, 햇반 R&D의 30년

2026.10.23

매일 먹는 밥은 너무 익숙해서 기술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쌀에 물을 넣고 익히면 밥이 된다는 사실은 수백 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새로운 밥’을 만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온에서 오래 보관하면서도 갓 지은 밥의 맛을 유지해야 하고, 서로 다른 곡물을 한 용기에서 맛있게 익혀야 하며, 건강을 위해 영양을 달리하면서도 밥다운 식감은 지켜야 합니다.

햇반의 30년은 어쩌면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온 시간에 가깝습니다. 밥이라는 가장 익숙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매번 익숙하지 않은 문제를 마주하는 연구원들. CJ제일제당에서 햇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 장일상님에게 그 30년의 기술을 들어봤습니다.

CJ제일제당에서 Processed Rice 카테고리를 이끌고 있는 연구원 장일상님

 

밥은 왜 혁신해야 할까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달라지면서 밥에 요구되는 조건도 달라졌습니다.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건강을 고려해야 합니다. 장일상님은 지금의 밥을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밥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죠.

“예전의 쌀은 한 끼를 배부르게 먹기 위한 식재료였다면, 이제는 자신의 건강이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식재료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연구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면, 밥 역시 그 선택에 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밥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밥의 작은 변화 하나가 결국 사람들의 식생활 전체를 바꿀 수 있죠.”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30년 전 약 105kg에서 최근 53kg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국내 즉석밥 시장은 계속 성장했습니다. 쌀을 예전보다 적게 소비한다고 해서 밥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활에 맞는 방식으로 밥을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안전한 밥’과 ‘맛있는 밥’ 사이

햇반을 처음 개발하던 당시 핵심 과제는 분명했습니다. 상온에서 오래 보관이 가능하면서도 갓 지은 밥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었는데요. 밥은 수분과 영양분이 많아 미생물이 자라기 쉬운 음식인 만큼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열처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열을 지나치게 가하면 밥알이 물러지고 색과 향이 달라질 수 있죠.

“쌀의 상태, 수분, 압력, 취반 시간과 살균 순서까지 수많은 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체 공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해 균형점을 찾은 것이 햇반 무균화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곡밥 연구장면 클로즈업

좋은 즉석밥 기술은 ‘열을 많이 가하는 기술’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정확하게 열을 가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건강한 밥을 개발할 때 더 중요해집니다. 잡곡이나 콩의 함량을 높이면 영양성분은 좋아지지만, 밥알이 딱딱해지거나 식감이 거칠어지고 곡물 특유의 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CJ제일제당이 찾는 답은 단순히 ‘건강한 밥’에 머물지 않습니다.

“건강에 좋은 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가 매일 먹고 싶은 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과 맛, 식감이 함께 만족되어야 식생활의 일부로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죠.”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도 연구다

새로운 밥을 만드는 과정이 늘 순조로운 것은 아닙니다. 햇반 솥반을 개발할 당시 큰 원물을 살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물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거나, 살균 조건이 예상대로 구현되지 않으면서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팀원들과 이런 형태의 제품이 시장에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안 되는 것을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실패의 원인을 다음 시도를 위한 단서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햇반 솥반은 상품화 설계검증 단계에서만 12번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다시 조건을 바꾸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연구소 회의장면

“잡곡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곡물마다 물을 흡수하는 정도나 열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전처리와 취반 조건을 각각 조정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같이 익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곡물이 마지막 순간에 모두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밥을 만드는 일은 결국 ‘안 되는 이유’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이 다음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됩니다.

 

30년의 기술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았다

“햇반을 이야기할 때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고, 제조와 생산 과정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하죠. 품질이나 안전까지 여러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하나의 밥이 완성됩니다.”

연구실에서는 가능했던 조건이 실제 생산설비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연구원과 생산 현장의 구성원들이 함께 원인을 찾고, 조건을 바꿔가며 다시 테스트합니다. 햇반의 30년은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해 온 사람들이 서로의 답을 연결해 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 연구원이 만든 것이 아니라, 30년 동안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온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쌓인 기술과 경험이 지금의 햇반을 만든 기반입니다.”

햇반의 지난 30년은 사람들의 식생활이 달라질 때마다 밥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술로 만들어온 시간이었습니다. 한 끼를 간편하게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해 맛과 식감, 영양까지 고려한 밥을 만들기까지. 그 과정에서 쌓인 기술은 지금의 햇반을 넘어 새로운 밥을 만드는 토대가 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먹는 밥은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달라지고, 식생활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밥에 기대하는 역할도 계속 넓어질 테니까요. 익숙한 밥 한 공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하기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밥이 달라지는 만큼,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드는 햇반의 기술도 계속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