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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Global People

발효의 맛, 홍콩 현지의 온도 위에 올리다

2025.07.28

퀴진케이(Cuisine.K)는 한식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차세대 K-Food 영셰프를 발굴하는 CJ제일제당의 프로젝트다. Master Class, 국내 다이닝 인턴십 등 유망 인재 육성에 집중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팝업 레스토랑은 공간 및 마케팅 지원을 통해 오너 셰프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직접 메뉴를 기획하고 손님을 맞이해 한식 레스토랑 운영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발효의 깊이를 품은 한식 한 상이 홍콩에서 펼쳐졌다. CJ제일제당 퀴진케이(Cuisine.K)가 처음으로 글로벌 팝업을 선보인 것.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가 활발히 교차하는 도시, 홍콩. 이곳 완차이 지역의 한식 레스토랑 ‘하누(HANU)’에서 퀴진케이 알럼나이 셰프 1기 이경원, 2기 천동민, 그리고 한식을 전공한 이수능 셰프가 한 달간 다이닝 팝업을 운영했다.

이번 팝업의 주제인 Authentic but also Trendy 아래 발효를 키워드로 풀어낸 한식 코스를 직접 기획하고, 손님과 마주하며 하루하루 메뉴를 조율해 나간 이들. 동치미 물회, 합자장 메밀면, 간장게장, 흑마늘 치킨, 참외 디저트까지 — 한국의 맛과 홍콩의 식재료를 조합해 한식의 확장을 직접 체감한 그 현장의 기록을 셰프들의 목소리로 전한다.

왼쪽부터 천동민, 이경원, 그리고 이수능 셰프
왼쪽부터 천동민, 이경원, 그리고 이수능 셰프

Q. 이번 홍콩 팝업 프로젝트, 어떤 각오로 임하셨나요?

이경원
퀴진케이의 국내 팝업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지만, 이번 홍콩 팝업은 조금 달랐습니다. 한식을 선보이는 걸 넘어, 어떻게 글로벌 감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어요. ‘발효’라는 전통적인 요소를 세 명의 셰프가 함께 재해석하는 시도 자체가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천동민
처음 방향을 논의할 때 저희 모두 Authentic but also Trendy에 공감했어요. 새롭게 해석하되, 한식의 정체성은 잃지 않는 것이 목표였죠. 전통장, 동치미, 합자장 같은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제 요리 철학도 더 명확해졌던 것 같아요.

이수능
이번 팝업은 해외 무대에서 처음으로 주방 운영을 총괄해 보는 경험이었는데요. 현지의 시스템, 식재료, 손님들의 특성까지 날마다 바뀌는 환경과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완성도’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셰프로서 단순히 요리뿐 아니라 현장까지 책임지는 ‘실전’ 그 자체였습니다.

Q. 코스의 메뉴는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이경원
‘더하기’보단 ‘빼기’에 집중했어요. 장이나 발효 특유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오히려 덜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최대한 재료의 본질을 살려 동치미를 직접 담그고, 합자장은 직접 끓이며 그 깊이를 유지했죠. 그리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명인의 식재료 를 빌려 ‘진짜의 맛’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대한민국 식품 명인 5인이 손수 만든 발효 식재료로, 간장(조정숙 명인), 흑초(현경태 명인), 식초(한상준 명인), 백련 막걸리(김용세 명인), 매실장아찌(홍쌍리 명인)을 활용했다.

천동민
‘참외 유자 소르베’가 특히 집중한 파트였어요. 해외에서는 참외라는 과일 자체가 낯설고, 존재를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요. 씨앗은 바삭한 정과로, 참외 살은 건귤피 시럽을 더한 소르베로 구성해 한국적인 향을 살렸어요. 더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는 참외를 통째로 보여드리거나 기본 슬라이스 형으로 맛보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수능
오리주물럭, 간장게장 같은 정통 메뉴들이 홍콩 현지의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어요. 조리법은 최대한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되, 간과 플레이팅, 식재료 일부를 조정했습니다. 한국에서 쓰지 않았던 생선류나 채소, 현지 시장에서 찾은 재료들을 테스트해 보면서 현지 고객들의 입맛에 점차 맞춰 나갔어요.

(왼)직접 담가 만든 동치미 물회와 (오)현지인들에게 생소한 과일을 재해석한 참외 유자 소르베
(왼)직접 담가 만든 동치미 물회와 (오)현지인들에게 생소한 과일을 재해석한 참외 유자 소르베

Q. 현지 손님들의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요?

이경원
간장게장에 대한 반응이 가장 놀라웠어요. 홍콩은 날것을 즐기지 않는 문화라 앞서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맛있어 하시더라고요, 편견이 확 깨졌습니다. 동치미처럼 찬 요리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한식의 다양한 온도감이 현지에서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죠.

천동민
운영 중에 메뉴를 조금씩 조정하기도 했어요. ‘미스터리 치킨’에 들어가는 고추는 홍콩 현지의 조금 달고 큰 건고추로 바꾸어 튀겨냈고 ‘한치 타르트’는 더 한국적인 느낌을 입히고 싶어 타르트지 위에 먹칠로 붓 느낌을 표현했어요. 디테일을 현장에서 조율하는 작업이 재밌기도 했고, 손님들의 반응을 보며 더 확신을 가지게 됐죠.

이수능
많은 분이 굉장히 열린 태도로 음식을 즐기셨는데요. 특히 한식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앞쪽에서 플레이팅을 하다 보면 손님들 표정이 다 보이거든요. 눈이 마주치면 고개 숙여 인사해 주시거나, 웃으며 엄지척을 보내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럴 때 ‘아, 지금 잘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왼)미스터리 치킨과 (우)한치 타르트
(왼)미스터리 치킨과 (우)한치 타르트

Q. 세 분이 한 코스를 만든 만큼, 팀워크는 어떻게 조율하셨나요?

천동민
셰프는 보통 자기 스타일과 신념이 강한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협업이 쉽지 않은데, 저희는 오히려 그 다름을 장점으로 만들었습니다. 매일 서비스가 끝난 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런 노력이 급박한 현장에서 서로의 생각을 서슴없이 말해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이경원
맞아요, 스타일이 다 달라서 오히려 좋았어요. 저는 산뜻하고 경쾌한 스타일의 요리를, 수능 셰프는 직관적인 맛을, 동민 셰프는 스토리가 담긴 요리를 잘하거든요. 그런 특성이 자연스럽게 코스에 녹아들었죠.

이수능
현장에서는 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는데, 특히 이번 팝업에선 소고기를 드시지 않는 분이나 비건, 할랄, 또는 알레르기를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코스 중간에 메뉴를 바꾸거나 재료를 급하게 다시 준비해야 할 때도 많았죠. 그런 순간마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어요.

Q. 이번 팝업 경험이 셰프로서 어떤 변곡점이 되었나요?

이경원
이번 프로젝트는 마치 해외에서 실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만의 요리에 대한 확신도 생겼고, 오너셰프로서의 꿈에도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한식 전도사라는 퀴진케이의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천동민
한국 식재료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셰프로서의 방향성도 더 분명해졌고, 앞으로 다른 퀴진케이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도 생겼어요. 언젠가 퀴진케이 알럼나이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을 열고, 이 여정을 대표하는 사례로 남고 싶습니다.

이수능
해외에서 한식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현지의 다양한 반응을 직접 마주하면서 요리인으로서 한층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성장시켜 준 이번 경험처럼, 언젠가 다시 퀴진케이와 함께 한식의 가치를 전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천동민, 이수능, 이경원 셰프의 모습

제한된 여건과 낯선 시스템, 매일 마주하는 새로운 손님들. 그 속에서 셰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요리하고 조율하며 ‘한식’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갔다. 한식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각자의 색을 입힌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 무대였던 이번 홍콩 팝업 프로젝트. 퀴진케이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차세대 셰프 육성과 한식의 세계화를 실현해 나갈 예정이다.

 

김서현님 바이라인. 내용: CJ제일제당 디지털콘텐츠팀. 세계로 뻗어나가는 K-Food의 활약상과 이를 이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